굴이 더러워진 뉴욕항을 청소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14시 45분


[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굴 유생은 주변 식당에서 공수해온 굴껍데기에 붙어 잘나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뉴욕항 수질 개선을 위해 굴 암초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사진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제공
굴 유생은 주변 식당에서 공수해온 굴껍데기에 붙어 잘나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뉴욕항 수질 개선을 위해 굴 암초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사진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제공
대다수 뉴욕 시민들은 뉴욕항에서 잡은 생선을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설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처음 이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을 때만 해도 물은 깨끗했고, 해산물도 풍부해 이를 바구니 한 가득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는 해산물은 굴이었다.

당시 굴은 오늘날 핫도그처럼 길모퉁이에서 팔릴 정도로 풍부했다. 그러나 과도한 수확, 준설 작업, 물 속으로 흘러들어간 오염 물질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굴 암초는 사라졌고, 뉴욕항은 시민들의 마음 속에 ‘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고등학생, 과학자,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팀이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만에 굴 암초 되살리기를 목표로 하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Billion Oyster Project)’의 피트 말리노프스키(Pete Malinowski) 사무총장은 “굴 10억 개를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뉴욕 시민들의 의식 속에 항구를 다시 새겨넣고 싶다”고 말했다.

굴은 인기 있는 애피타이저, 그 이상이다. 굴 암초는 다양한 수중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며 해안선을 황폐화할 수 있는 폭풍 해일을 막아준다. 또한 굴에는 정수(淨水) 효과도 있다. 해양 서식지 복원 전문가인 굴니할 오즈베이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는 “굴이 있다고 해서 잃는 것은 없다. 굴은 장점만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뉴욕항을 더럽히는 오염 대다수는 넘쳐나는 하수에서 비롯된다. 도시의 합류식 하수관(빗물과 생활하수를 하나의 관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 월류 관리 시스템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오면 하수관을 넘친 폐수가 항구로 흘러들어간다.

하수는 식물과 동물의 필수 영양소인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질소는 녹조를 유발한다. 녹조는 물 속에서 산소를 빨아들여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s)’을 만든다.

해독제는 무엇일까? 말리노프스키, 오즈베이 교수, 이외 다른 사람들은 “굴”이라고 말한다. 굴은 물 속의 유기물 및 미생물을 여과 섭취하는 생물로서, 질소를 제거해 이를 껍질과 조직에 저장한다. 굴 암초 인근에서는 물이 더 맑아지는 경우가 많다.

2014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뉴욕만에서 굴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였다. 그러나 남아있는 굴의 양이 아주 적었으며 굴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굴이 폭넓게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즉 굴은 유생을 형성하기 위해 수많은 난자와 정자를 물 속에 내보낸다. 유생, 즉 아기 굴은 몸을 부착할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이들은 성인 굴 껍데기를 선호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성인 굴 껍데기는 도시 식당에서 공수해온다. 거버너스아일랜드 뉴욕하버고등학교 학생들은 다 자란 굴 덩어리를 뉴욕만으로 옮기기 전까지 굴을 재배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35년까지 굴 10억 개를 뉴욕만에서 양식하는 것이다. 장기 복원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이 굴은 먹기에 안전하진 않을 것이다. 말리노프스키에 따르면 물이 뉴욕만을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에 굴 10억 개가 수질 오염 문제를 크게 해결하지도 못한다. 뉴욕만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0억 개의 굴은 약 사흘에 한 번 물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리노프스키는 덧붙였다.

뉴욕 하버 고등학교 학생들이 굴껍데기가 가득 담긴 케이지를 바지선에 싣고 있다. 이 굴껍데기는 허드슨 강에 뿌려진다. 사진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제공
뉴욕 하버 고등학교 학생들이 굴껍데기가 가득 담긴 케이지를 바지선에 싣고 있다. 이 굴껍데기는 허드슨 강에 뿌려진다. 사진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제공
대신 이 프로젝트는 항구 지역에 대해 차세대 뉴욕 시민들을 교육하고, 항구를 복원하고 보호하는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뉴욕 퀸스칼리지 생물학자이자 책 ‘쓰레기 속 심장박동(Heartbeats in the Muck: The History, Sea Life, and Environment of New York Harbor)’의 저자인 존 월드만 박사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점은 학생들의 참여로 항구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정신력은 뚜렷하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에 푹 빠져있다. 놀라운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하버학교 학생인 카야 아라스에게 뉴욕항은 오랜 시간동안 피해야 할 장소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그는 항구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아라스는 “굴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 항구가 식민지 시대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만 박사는 “항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깨끗하고 활기차다”고 말했다. 맨해튼 시내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고래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 여름 허드슨 강에 음파 탐지를 한 결과 14피트(약 4.26m) 길이의 철갑상어가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월드만 박사는 “사람들은 아직 그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은 것뿐”이라며 “뉴욕항의 현재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로 인해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바 봇킨-코와키(Eva Botkin-Kowacki) 미국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 기자
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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