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65)이 최장 2030년까지 권력을 쥐는 장기집권 길을 열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에 부쳐진 헌법개정안이 찬성 88.8%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국민투표 투표율은 44%로 집계됐다.
개헌안은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 조항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엘시시 대통령은 오는 2024년까지 임기가 연장됐고, 한 차례 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최장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됐다.
개헌안에는 또한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이 확대되고, 군의 역할도 강화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국민투표는 개헌을 위한 최종단계였다. 이집트 의회는 앞서 찬성 531표, 반대 22표, 기권 1표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군인 출신의 엘시시는 지난 2013년 쿠데타를 일으켜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 당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았다. 이후 2014년 대선에 출마해 같은 해 6월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을 가짜뉴스 유포혐의로 체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감시하며 권위주의적 정책을 펼쳤다. 2018년 대선에선 경쟁자들을 체포하거나 협박하며 선거를 치렀다. 의회는 그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닦은 엘시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다면 최장 16년을 통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집트 내 반(反)정부 성향 단체는 이번 국민투표가 조작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투표 첫날인 21일 카이로 도심 광장에는 ‘헌번 개정 반대’ 구호가 적인 포스터가 게시됐지만 주동자가 곧바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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