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조기 총선이 투표율 74%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이렇게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인 총선은 없었다”며 “모든 국민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향후 정국을 추측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복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표 결과 극우정당 복스(Vox)는 하원 전체 350석 중 24석을 차지했다. 전체 유권자의 10%가 이들을 지지한 셈이다.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후 극우 정당이 하원에 진출한 것은 44년 만이다.
스페인 유권자들은 40여 년간 독재 군부 정치를 펼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으로 극우정당에 매우 낮은 지지를 보여왔다. 지난 2016년 6월 총선에서 복스의 득표율은 단 0.2%에 불과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유럽 우경화의 바람을 피했다며 ‘스페인 예외론’이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3년 만에 유권자들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복스에 한 표를 던졌다는 마드리드의 유권자 83세 플로렌시아는 50대 딸 두 명와 투표장에 나섰다. 그는 “예전에 산티아고 카릴로(스페인 공산당 지도자)에 투표했지만 그들은 다 허풍쟁이였다”며 “오늘은 복스를 찍었다”고 말했다.
고급 주택가가 몰려 있는 서부 살라망카의 유권자 이네(24)는 복스의 대표 아바스칼을 지지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는 “아바스칼은 개인의 존엄성과 여성과 남성의 존중을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네는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도 “페미나치는 아니다”며 자신을 설명했다. ‘페미나치’는 아바스칼이 급진 페미니스트들을 정의하는 용어다. 그는 페미니즘을 여성 지상주의를 꿈꾸는 이들의 과격한 사상이라고 비난해 왔다.
마드리드 챔버리에 거주하는 한 남매도 이번 선거를 통해 복스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마르코스(26)는 “복스가 성폭력법을 개정해 ‘가정 내 폭력’으로 만든길 바란다”며 “이 법이 단순히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누이 미란다는 카탈루냐 독립에 대한 복스의 대응에 찬성했다. 미란다는 “2017년 10월 카탈루냐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에 대한 국민당의 반응은 너무 가벼웠다”며 “이제 진짜 무언가를 이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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