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미드 ‘왕좌의 게임’ 열혈 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9일 16시 55분


홍콩 일간지 “시 주석, 외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드라마 대사 인용해”
중국 방영본은 폭력과 애정 신 잘라내…시 주석이 보는 것은 ‘특별 별도 편집본’


중국 권력 서열 1, 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66)과 리커창(李克强) 총리(64)가 모두 미국 케이블채널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팬임을 자처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왕좌의 게임’은 가상 대륙 ‘웨스테로스’에 자리 잡고 있는 7개 왕국이 연맹국가의 통치자 격인 ‘철 왕좌’를 놓고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14일 마지막 8번째 시즌 방영을 시작했다.

SCMP가 익명의 관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상포럼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드라마를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해 “우리는 세계가 ‘혼란스러운 전쟁을 벌이는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 왕국’처럼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평소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중에서는 워싱턴 정계의 암투를 그린 ‘하우스 오브 카드’, 영화로는 ‘대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미국 어린이로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때도 할리우드 영화 제목과 같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불가능한 임무)”이라는 답으로 권력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크로아티아 남부 항구도시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드라마를 언급했다. 두브로브니크는 드라마 속 ‘7왕국’의 수도인 ‘킹스랜딩(King’s Landing)‘의 주요 촬영지다. 리 총리는 동유럽 각국과 중국의 관계를 이야기하던 중 이 드라마를 언급했으다. 리 총리는 중국과 중·동유럽 16개 국가가 모인 ’16+1‘ 정상회의에 앞서 “두브로브니크가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각국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끝나가지만 새로운 ’16+1‘개국 협력은 이제 시작”이라며 “이는 ’게임‘이 아니라 ’윈윈‘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권력자의 미드 사랑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국민은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고 SCMP는 전했다. 수입 및 방영을 관장하는 텐센트는 폭력 및 선정적 장면을 상당 부분 삭제한 채로 내보내고 있다. 특히 SCMP는 “시 주석과 리 총리가 보는 소위 ’다이아몬드 버전‘은 이 방송본과도 다르다. 특별히 압축해 편집한 것”이라고 전했다. 빡빡한 일정의 고위 권력자가 빨리빨리 볼 수 있도록 ’압축 정리‘하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배려한 셈이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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