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담당 더그 밀스 사진기자, 트럼프의 고독한 분위기 잘 잡아내
하노이서 김정은과 걷는 사진 부탁…정상회담중 “천재작가” 칭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을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악담을 퍼붓지만 그에게도 좋아하는 언론인은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망할 언론사”라고 비난한 뉴욕타임스(NYT)의 더그 밀스 사진기자(사진)라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7일 보도했다.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밀스 기자에게 특별히 부탁하며 파일을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나누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기자단 속에서 밀스 기자를 발견하고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천재 사진기자” 등의 칭찬을 퍼부으며 손을 흔드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흑백 촬영과 음영을 활용해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법은 밀스 기자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을 이렇게 찍어 NYT에 게재했고,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국정연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묘한 박수를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도 밀스 기자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의자들 사이에 들어가 찍어 폐쇄된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도 ‘걸작’으로 통한다. 대머리를 교묘한 빗질로 숨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앵글’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밀스 기자는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족한 권위와 결단력, 인간적인 고뇌를 밀스의 사진이 잘 포착한다고 평가한다. 밀스의 사진이 각광을 받으면서 백악관 전속 사진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밀스 기자는 버지니아 지방 신문과 AP통신에서 10년 넘게 일한 뒤 2002년 NYT로 옮겨와 백악관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카메라를 거쳐 간 대통령만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6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기자’라는 영예를 안은 밀스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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