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벌였지만…트럼프-민주당, 2330조 규모 인프라 투자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일 18시 5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앞으로 25년간 인프라(사회간접자본) 분야에 2조 달러(약 2330조 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민주당이 뮬러 특검보고서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검토 중인 극도의 대치 상황에서도 핵심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90분간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매우 건설적인 만남이었다”며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당초 1조5000억 달러 수준에서 논의되던 투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보다는 높게 가자”고 조정을 제안하면서 2조 달러로 늘어났다.

펠로시 의장과 슈머 원내대표는 “이번 회동에는 과거 만남들과 달리 선의가 있었다”며 “인프라 (투자) 딜이 크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양측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카메라 앞에서 격한 설전을 벌였고, 이후에도 공개적인 비난 발언으로 신경전을 지속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번 회동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으로도 미국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미 의회전문 매체인 더 힐은 “4개월 동안 분열됐던 정치권이 주요 입법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신호”라고 평가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측은 도로와 고속도로, 교량, 터널, 철도, 항공 체계 현대화, 광대역 통신 확대 등 인프라 재건에 대해 훌륭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인프라 투자의 구체적인 내용과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주 뒤에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투자 계획이 결국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이 이날 백악관에서는 모처럼 초당적인 협력 장면을 연출했지만 불법이민자 및 국경장벽 문제, 탄핵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는 긴장 관계를 이어갔다. 2020 대선 캠페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후보들의 공격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다.

민주당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이 아직 풀지 못한 일을 (백악관과 공화당이) 막는다면 유일한 합법적 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탄핵 필요성을 거론했다. CNN방송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에게서 받은 지지율은 11%포인트 뛰어올랐다. 조사에 응한 유권자의 39%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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