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열도 레이와시대 개막에 들썩
카운트다운하며 환호 축제 분위기… 새벽부터 혼인신고서 제출 긴 줄
종교색 짙은 왕실행사에 국비 투입,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 위반 논란도
“3, 2, 1, 0, 오메데토 레이와(축하해 레이와).”
1일 0시를 기준으로 새 일왕의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리자 일본 열도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東京) 스카이트리의 지상 350m 전망대 유리창에는 1일 0시가 되자 ‘레이와’ 글자가 비쳤다. 전망대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던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 인사를 나눴다.
새 연호에 맞춰 결혼하거나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는 일본인도 줄을 이었다.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 프린스호텔에서는 0시에 맞춘 ‘레이와 첫 결혼식’이 진행됐다. 전날 오후 11시 50분에 예식을 시작해 1일 0시에 신랑 신부가 키스하는 이벤트를 했다. 도쿄 스미다(墨田) 구청에는 새벽부터 약 50명의 커플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오전 8시 반 구청 문이 열리자마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살고 있는 왕궁인 고쿄(皇居)에 몰려든 시민들과 여행객들은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가 차를 타고 들어갈 때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오전 10시 30분, 일본 도쿄(東京) 내 일왕의 거처인 고쿄의 영빈관 문이 열렸다. 나루히토 일왕이 연미복 상의에 일본 최고위 훈장을 달고 입장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연단 위에 서자 맞은편 문이 열리더니 왕실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세 가지 보물인 ‘3종 신기(거울, 칼, 굽은 구슬)’를 든 시종이 들어왔다. 3종 신기를 넘겨받는 의식을 마치고 일왕이 퇴장할 때까지 행사에 걸린 시간은 약 5분이었다.
왕실 내부 행사 성격을 가진 이 행사는 종교적 색채가 매우 강하다. 행사 참석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약 30명이었다. 과거 왕실은 3종 신기 계승식을 자체 예산으로 충당했지만 이번에는 국비로 치렀다. 도쿄신문은 “3종 신기 계승식은 왕실의 사적인 행사인데도 국고가 지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헌법은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 행사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 하지만 나루히토 일왕 즉위 관련 행사 약 30개 중에 23개가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 색채가 짙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베 정부는 ‘헌법에 왕위 세습제가 정해져 있는 만큼 왕위 계승 행사는 공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행사를 모두 국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왕실 행사에 들어가는 국비 예산이 38억5000만 엔(약 403억6000만 원)이라고 계산했다. 일본 정부가 왕실 행사에 국비 투입을 결정한 것은 왕위 계승 행사로 분위기를 띄워 7월 참의원 선거에 이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내에서 아키히토 상왕의 생전 퇴위에 따른 ‘이중 권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키히토 상왕이 일체의 공무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지만 두 명의 ‘왕’으로 인해 권위가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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