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교사 월급 소급인상 합의하자… “다른 공무원도 올려주면 재정붕괴”
법안 통과땐 내각 총사퇴 배수진
집권후 경제 되살린 코스타 총리… “내년 흑자예산 이루겠다” 호소
야권서도 “재정외면 안돼” 자성론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다 잃을 수는 없다.”
3일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58·사진)가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TV 연설을 시작했다. 전날 극좌 성향의 좌파연합 및 공산당, 중도우파 야당인 사회민주당(PSD) 등이 연합해 지난 9년간 동결했던 교사 월급을 소급해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도좌파 사회당을 이끄는 코스타 총리는 이를 반대하기 위해 언론에 등장했고 “균형예산 원칙이 무너진다”며 총사퇴 배수진도 쳤다.
코스타 총리는 이날 “교원 임금 인상 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내각이 총사퇴하겠다. 성장, 일자리, 평등은 모두 책임예산제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임금 인상안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780억 유로(약 10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코스타 총리는 2015년 11월 당시 우파 정권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집권 후에는 경제성장 촉진 및 균형 예산에 주력했다. 이후 핵심 산업인 관광업 호황 등으로 경제가 서서히 되살아났다. 2013년 17%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6%로 떨어졌고 성장률도 2%대를 넘었다.
방만하던 재정 상황도 나아졌다. 코스타 총리는 올해 예산 적자폭을 1974년 포르투갈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0.2%를 목표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의 흑자예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물든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침체 당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했던 공무원 노조는 경제가 나아지자 너도나도 월급 인상을 요구했다. 가장 강하게 거리로 나선 집단은 교사. 이들은 “동결됐던 지난 9년간의 월급을 소급 인상해 달라”고 외쳤다. 이에 코스타 총리는 “교사 임금을 소급 인상해 주면 군, 경찰을 포함한 다른 공무원 월급도 모두 같은 조건으로 올려 줘야 한다. 이때 무려 8억 유로(약 1조480억 원)가 든다”며 거부했다. 그 대신 그는 2년 9개월 치 월급만 소급 인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교원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 와중에 10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극좌 및 중도우파 정당들이 교원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코스타 총리의 흑자 예산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현재 포르투갈의 국가 부채는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높다.
코스타 총리의 사퇴 배수진 후 야권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루이스 마르케스 멘드스 전 사회민주당 대표는 “극좌 정당과 연합해 국가 재정을 외면한 건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우파 인민당(CDS) 측에서도 “재정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교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1961년 수도 리스본에서 출생한 코스타 총리는 법학을 전공하고 법률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법무장관 등을 지냈고 리스본 시장 등을 거쳐 2015년 11월 최고 권좌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그의 총사퇴 배수진 역시 10월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 여기지만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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