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방문 직전 취소…“이란 활동 강화에 이라크 방문”
이란, 핵합의 불이행 밝힌뒤 갈등 고조…美 항모 배치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독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간 것이다. 그러면서 이란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보호할 것이며, 이라크 역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겠단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안보 문제를 이유로 독일 베를린 방문을 직전에 취소하고 이라크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바흐람 살레 이라크 대통령 및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 뒤 이같이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재진에게 “우리는 그들에게 이라크가 자국 내 미군을 충분히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했다”며 “그들은 이게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피한 채 “이란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를 방문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본 위협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배경을 말해 그들이 우리 팀(미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은 미국이 그 어떠한 이란의 공격에도 가차 없는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은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미국은 경고와 함께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배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이란으로 인한 군사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란이 핵합의를 더이상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이란 핵합의(JA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는 이란 경제 핵심인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예외 국가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 혁명 기념일이었던 지난 2월11일 트럼프 대통령은 “40년의 부패. 40년의 탄압. 40년의 테러. 이란 정권은 40년의 실패만 만들어냈다”며 이란 혁명은 완전한 실패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당시 이란 시민 수만명은 수도 테헤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한 그림이나 반(反)미 구호가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렇게 시민들이 나오는 건 우리의 적(미국)이 사악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엔 정예군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는데 이는 미국이 다른 나라 군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전례 없는 조치였다. 이란도 즉각 중동 주둔 미군을 테러집단으로, 미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며 맞불 대응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무엇이 미국의 강경한 메시지를 촉발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도발을 향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고조되는 양국 갈등에 대응해 8일 핵협정 의무 이행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앞으로 이란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제재로 대응할 전망이며,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과 항공모함 배치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이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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