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사소한 교통 규정 위반으로 수감된 뒤 사망한 채 발견돼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부른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새로운 영상이 공개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NBC뉴스 등은 비영리 탐사 보도 단체 인베스티게이티브 네트워크(Investigative Network)가 경찰과 블랜드의 말다툼 당시 블랜드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39초짜리 영상을 사건 발생 4년 만에 공개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베스티게이티브 네트워크는 6일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했으며 댈러스 방송국 WFAA는 블랜드 가족의 인터뷰와 함께 영상을 방영했다.
경찰의 블랙박스 대시캠(dashcam)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블랜드가 직접 촬영한 영상의 존재가 알려진 건 처음이다.
영상에 따르면 블랜드는 주 경찰 브라이언 엔시니아를 향해 “내가 왜 체포돼야 하느냐”고 묻는다. 블랜드가 엔시니아를 향해 휴대전화 카메라 초점을 맞추려 하자 엔시니아는 전기 충격기(스턴건)를 들이대면서 “차에서 나와라. 쏘겠다”고 경고한다.
블랜드는 “와. 내가 신호를 어겼다고 지금 이러는 건가?”(You‘re doing all this for a failure to signal?)라고 묻는다.
엔시니아가 블랜드에게 휴대전화를 끊으라고 하자 블랜드는 “나는 녹음할 권리가 있다. 이건 내 재산”이라고 답한다. 영상은 몇초 뒤 끝난다. 해당 영상을 보도한 NYT 기사에는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개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블랜드의 여동생 샤론 쿠퍼는 이 영상이 경찰 보고서의 모순을 설명해준다고 NBC뉴스에 밝혔다.
주와 카운티에 대한 소송에서 블랜드의 가족을 변호해 190만달러 합의금을 이끌어낸 캐넌 램버트는 최근까지 이 동영상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이 영상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램버트는 당시 경찰이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지만, 새로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경찰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정부는 NBC뉴스에 해당 영상은 새로운 증거가 아니며 조사 보고서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블랜드의 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모든 사건 당사자들은 휴대전화 영상을 언급한 보고서를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블랜드는 2015년 7월10일 자신의 모교인 텍사스주 월러카운티의 프레리뷰 A&M 대학교 근처에서 운전하던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꿨다는 이유로 경찰 단속을 받았다. 경찰은 하차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며 블랜드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
보석금 500달러를 마련하지 못한 블랜드는 수감 사흘 만에 쓰레기 비닐봉투로 창살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고 했지만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이 사건은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사건 이후 엔시니아는 블랜드를 더 안전하게 조사하려고 차에서 내리게 했다고 위증한 혐의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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