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만에 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초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던 미국의 대응 기류가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공개 경고를 보낸 것과 함께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법무부의 북한 선박의 전격적인 압류조치 등이 잇따라 이뤄진 것.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 “소형 미사일이고 단거리 미사일들”이라며 “현재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첫 번째 발사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5일 만에 이뤄진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평양의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무도 이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를 잘 살펴보고 있으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북한)이 협상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들은 협상에 대해 말하지만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후 이란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언급하던 중 “이란도 북한처럼 훌륭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김정은)가 이것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답변은 불과 5일 전 북한의 첫 번째 미사일 발사 당시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라진 기류다.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칭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
발사체 사거리를 키우며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대북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불법수출한 혐의가 있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 미국이 제재 위반을 이유로 북한의 민간 선박을 직접 압류, 몰수 조치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이 보유한 화물선박 중 두 번째 큰 선박이며, 불법 석탄 수출이나 중장비 수입에 이용돼 왔다. 이 배는 지난해 4월 남포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후 동중국해상을 이동하다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된 뒤 해양법 위반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이후 미국이 이를 넘겨받아 압류, 몰수 조치에 들어간 것.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현재 운항이 정지된 상태이며, 미 해앙경비대 등이 미국 사모아 해역으로 인도 중이다.
존 데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려는 북한과 기업들은 제재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몰수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정권의 호전적으로 행동을 멈추기 위한 ‘최대의 압박’을 이행하는 데 깊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과 CBS방송 등 외신은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의 두 번째 발사 직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조치는 최근 북한의 무기 실험으로 이미 고조되고 있는 긴장 수위를 명백히 더 높이는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 공군은 이날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했다. 미 공군의 미니트맨3 시험발사는 1일에 이어 8일만으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각에 이뤄졌다. 북한의 발사체 두 발 중 첫 번째가 발사된 9일 오전 0시29분(서부시간) 후 11분 만인 0시40분에 미니트맨3이 발사된 것.
미 공군은 이번 발사가 특정한 국제적 사건이나 지역 긴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발사 시점 등으로 볼 때 북한에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북한의 발사 이후 미 행정부의 북한 선박 압류 및 ICBM 시험발사가 연달아 이뤄지는 것을 언급하며 “북한을 향한 대응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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