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최대 압박’으로 난관 봉착한 트럼프…美 언론들 비판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3일 13시 08분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현안이 되고 있는 국가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난맥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전쟁까지 전선이 확대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 3대 국가안보 위기를 저글링하면서 중국과는 무역 전쟁에 직면한 상황”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식의 외교정책을 쓰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처하는 대신 여러 나라에 ‘최대압박’을 동시 적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앞서 정치 전문매체 더 힐과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도 비슷한 지적과 비판을 내놓는 등 주요 언론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세게 압박하고 있는 대상은 이란이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강한 제재에 반발해 핵협정(JCPOA)의 조건부 탈퇴를 선언하고, 이에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중동에 배치하며 군사적 긴장감까지 높아지는 상황. 베네수엘라와 북한도 상황이 꼬여있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이 중동의 이란, 남미의 베네수엘라, 아시아의 북한 및 중국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그 반발 또한 동시에 점증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3개 국가에 대해) 명확한 이행계획 없이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할지에 대한 행정부 내 근본적인 합의조차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방향 혼선도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대이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다른 실무진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견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인사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자들조차 발표 후에야 이를 알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북한 문제를 놓고는 NSC와 국무부의 정책 방향도 같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런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만 해도 대북 업무를 해본 적이 없었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는 등 인재 풀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

2020 재선 캠페인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긴장감이 커지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 등 참모진의 의견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화를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분야에서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다음날 북한을 달래는 듯한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는 등 대응 수위 편차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정치 전문매체 더 힐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룰 수 없는 만큼 무엇부터 진정시켜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가 개인적 관계에 노력을 기울여온 북한이 그 첫 번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 초기의 유용한 단계로써 북한의 영변(폐기) 제안을 주의깊에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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