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저지른 前 소말리아군 지휘관…범죄경력조회 통과 후 ‘우버’ 기사로 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5일 17시 56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문과 대량 학살 저지른 혐의 받는 전 소말리아군 지휘관
범죄경력조회 통과하고 운전기사로 18개월 이상 일해와…우수 운전기사 등급 받기도
CNN “신원조회 허점 확인돼”…업체는 승인 취소하고 신원조회 강화 방침 밝혀

고문과 대량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군인이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에서 차량 공유서비스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CNN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전 소말리아군 지휘관인 유수프 알리는 최근까지도 미국 버지니아주 교외에서 18개월 넘게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다. 또 다른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인 ‘리프트’에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투케 대령’으로 불린 그는 소말리아 북부 지역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그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고 고문과 대량 학살을 지시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폭로했다. 1991년 자신이 속한 군사 정권이 무너진 후 캐나다로 망명한 알리는 캐나다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이후 알리의 아내는 난민 신분으로 미국 영주권을 받았고 알리는 아내의 초청으로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갔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CNN 기자가 직접 그의 차량에 탑승해 승인 절차가 어렵지 않는지 묻자 그는 “신원조회가 있지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며 “당신이 오늘 밤 신청하면 이틀 후엔 승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버의 운전기사 중 가장 높은 ‘우버 프로 다이아몬드’ 등급을 받았다.

불특정 다수를 접촉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특성상 업체는 범죄경력 등을 확인 한 후에 운전기사로 일할 수 있게 승인한다. CNN은 이번 사건이 업체들의 신원조회의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그에게 범죄기록이 없어 일어난 일이라면서 운전기사 승인을 중단하고 사전 신원조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법원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비영리단체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가 범죄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과 증언에도 불구하고 형사 처벌은 현재로선 요원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2년 설립됐으며 전쟁범죄의 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이전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미 워싱턴DC의 덜레스 공항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었던 알리는 2016년에도 그의 근무 사실을 폭로한 CNN의 보도로 직장에서 해고된 적이 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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