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장 후임 선출 佛서 제동… 유럽의회 브뤼셀 이전 獨이 앞장
메르켈 “마크롱과 격렬한 논쟁중”
러 가스관 연결-美와 무역협상 등 경제적 이해 엇갈려 다른 목소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극우 포퓰리즘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던 독일과 프랑스가 최근 등을 돌리고 있다. 23일 유럽의회 선거 이후엔 커다란 정치적 충돌이 있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왔다.
AFP통신은 18일 “유럽의회 선거 이후 EU 수장을 두고 양국의 긴 정치적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며 “EU 행정수반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2014년 지지율 1위에 오른 정치그룹이 집행위원장을 차지하는 ‘슈피첸칸디다텐(대표 후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유권자들이 직접 EU 대표를 뽑는 효과를 겨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대 계파인 유럽국민당(EPP)을 이끄는 독일 기독민주연합이 집행위원장을 결정하게 했다. 이번 선거도 EPP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독일 출신 만프레트 베버 유럽의회 의원이 유력해졌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제동을 걸었다. 그는 9일 루마니아 시비우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그냥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 최고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아예 투표 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회 본부 이전 문제로도 갈등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5일 “스트라스부르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라며 “이를 독일이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PP의 베버 의원은 전날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의회 본부 위치를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소재 유럽의회 본부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원, 보좌관 등 5000여 명이 브뤼셀과 스트라스부르를 왕복하며 연간 1억1000만 유로(약 1463억 원)를 낭비하고 있다는 2014년 EU 감사원의 연구를 근거로 이전을 주장한다. 이에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EU장관은 “스트라스부르는 EU 민주주의의 수도”라며 반발했다.
엇박자는 2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 사업’에 프랑스가 제동을 걸면서 드러나기도 했다. 또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프랑스는 “굴복하면 안 된다”며 협상에 응하지 말라고 주장한 반면 독일은 피해를 줄이려면 빨리 협상해야 한다고 맞섰다.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정해진 기한을 지키자는 프랑스와 시간을 더 주자는 독일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EU군 창설도 프랑스는 속도를 내자고 주장한 반면 독일은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며 “사상에 차이가 있으며 각자 역할도 다르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지 ‘모던 디플로머시’는 18일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적 이익이 갈리고 있으며 2021년 퇴진하는 메르켈 총리와 2022년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양국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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