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취임 이틀 만에 발표한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방송계 동료와 지인 등 측근뿐 아니라 자신의 후원자로 거론돼온 재벌 측 인사를 요직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22일 영국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변호사 출신 안드리 보단을 임명했다. 보단 신임 비서실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금융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의 변호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콜로모이스키는 우크라이나 최대 민영 은행 ‘프리바트방크’의 옛 소유주로, 정부는 2016년 말 프리바트방크를 국유화했다. 이에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의 은행을 정부 소유로 바꾼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에게 보복하려고 젤렌스키를 꼭두각시로 세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선거 기간에 나오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송계 동료들도 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2003년 자신이 설립했던 희극단 ‘크바르탈95’에서 책임프로듀서를 지낸 세르히 트리피모프를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에 임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스타’로 만들었던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과 크바르탈95 소속 작가였던 유리 코스튜크도 같은 직책을 맡았다.
고향 친구 이반 바카노프는 정보기관 SBU의 부원장에 임명됐다. 바카노프 신임 부원장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희극단을 운영한 인물로 정보기관 업무와는 무관하다. 희극단 공동 창립자인 세르히 셰피르는 수석보좌관에 임명됐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정치 분석가 블라디미르 소코르는 “이번 인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줬지만 국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수 친구와 사업 파트너에게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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