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동맹국에게 수십억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기 판매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긴장 고조를 이유로 이르면 이번 주말 무기 수출 통제법 우회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무기 수출 통제법은 대외 무기 판매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 비상사태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이를 이용해 수십억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무기 수출을 추진했지만 의회는 예멘 내전 개입 등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유엔은 사우디와 UAE가 주도하는 군사동맹의 공습으로 수천명의 예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긴장을 빌미로 의회의 반대를 무력화하고, 사우디와 UAE에 수십억달러 규모 무기를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위 참모들이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기 위한 예외 조항 발동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정밀 유도탄과 전투기를 포함한 70억달러(약 8조3230억원) 상당의 무기를 사우디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제지를 피하려는 일환이라고 전했다.
단 WSJ와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 등에 어떤 무기를 언제, 얼마나 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단 CNBC는 의회가 사우디에 방어용 무기는 판매를 승인해왔다면서 폭탄, 대전차 미사일, 소형 로켓, 대형 박격포 등 공격용 무기가 될 것이라고 암시했다.
미 의회에선 이같은 기류를 감지하고 이미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성토 목소리가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더 나은 심판이 있기까지 사우디와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역시 공화당 소속이자 상원 외교위 소속인 마코 루비오 의원도 중동지역 무기판매를 위한 의회 우회 작업에 대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사우디를 위해 원칙을 위반한다면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같은 일이 발생하도록 문을 열어주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토퍼 머피 상원의원은 전날인 22일 트위터를 통해 “예멘 투하용 폭탄을 사우디에 판매할 긴급한 이유는 없다”며 “만일 (의회를 우회할 만한) ‘비상사태’가 있다면, 이는 우리가 사우디에 폭탄을 판매해 발생한 ‘인도주의적 비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이자 상원 외교위 소속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행정부가 이같은 태도로 계속 나아간다면 모든 진행 중인 무기 판매 계획을 무효화할 적절한 입법 및 다른 조치들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슈끄지 암살 사건 역시 사우디에 대한 국제적 비난여론을 고조시켰다. 미 의회에선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 지난해 11월엔 미 국방부가 예멘에서 사우디 연합군 전투기에 대한 재급유를 중단하기도 했다.아울러 미 상하원에선 지난 3~4월 예멘 내전과 관련해 미국의 사우디 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친(親)사우디 노선을 견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기류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 상하원의 사우디 지원 중단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한편, WSJ는 중부군사령부가 중동에 최대 1만3000명을 추가 파병해줄 것을 요청했고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23일 만나 2000~30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합의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패트릭 섀너핸 국장장관 대행은 “5000명도 아니고 1만명도 아니다”라며 “아직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낼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