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 냉전 시절부터 군사적으로 대립한 러시아와도 핵 경쟁 재개 위기에 놓였다. 이 와중에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도 첨예하게 대립해 미국의 ‘갈등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에 대한 미 정부 핵심 인사들의 혼란과 갈등이 상당해 우려를 낳고 있다.
○ 섀너핸 vs 트럼프 vs 볼턴 삼각 갈등
동남아시아를 방문 중인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29일 “이달 초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이 “내 견해는 다르다”고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 볼턴 보좌관의 의견을 반박하고, 이런 대통령을 향해 국방장관이 또 반기를 드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섀너핸 대행의 ‘작심 발언’에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해당 발언은) 국방부 소관이고 국방부에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워싱턴의 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현재 미국의 대북 전략이 어디에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내 대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삼각 갈등의 당사자 볼턴 보좌관도 일단 몸을 낮췄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The dogs bark and the caravan moves on). 나는 참모지 결정권자가 아니다”며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볼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파열과 혼선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최근 미국이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 반환을 요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 中·러와 대립 격화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산 매트리스에 최대 1730%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매트리스에 대한 덤핑 의혹을 조사해왔다. 2017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매트리스는 4억3650만 달러(약 5200억 원)에 달한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도구’”라며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임을 시사했다.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도 상당하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력 팽창을 경고했다. 그는 “과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섬들을 군사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중국 최고 권력자를 정조준했다.
러시아와의 대립도 일촉즉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1987년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INF)의 이행을 중단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루 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로버트 애슐리 국장은 “러시아가 핵실험 동결(모라토리엄)을 위반하고 폭발 시 핵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무수율(zero-yield)’ 핵실험을 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00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했다. 이후 미 당국자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위반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페르시아만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9일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 협상은 아무런 이득이 없고 해를 끼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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