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에 화웨이와 관계 정리하라 ‘최후통첩’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31일 15시 5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정부의 차세대 이동통신망(5G) 구축 사업과 관련해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라고 영국에 직접 요구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FT는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3~5일 영국 방문을 계기로 영국 총리에게 직접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트럼프 “관계정리 하지 않으면 정보공유 안할 것” : 만약 영국이 이에 불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민감한 정보 공유를 제한하겠다고 압박할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미국이 영국에게 화웨이와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할 계획인 것이다.

미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파나소닉·구글 등 다국적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지만 영국은 아직 5G 분야에서 화웨이 제품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설득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 미-영 화웨이 두고 대립해 와 :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몇 달 간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를 놓고 대립해왔다.

영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5G 네트워크 건설에서 코어 네트워크(자료 이관을 총괄하는 네트워크) 부분을 제외하고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달 유출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영국 정보국은 코어 네트워크 부분만 제외하고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허용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자 메이 총리는 담당 장관을 전격 해임하기도 했다.

미국은 영국을 설득해 이같은 입장을 번복하고 미국의 진영에 합류해 주길 바라고 있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영국이 화웨이와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더라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영국 등 다른 나라의 네트워크에 참여할 경우, 미국의 정보를 빼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데이터 이관을 총괄하는 코어 네트워크만 영국이 장악하고 있으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영국이 캐스팅보트 쥐고 있어 : 미국이 강하게 영국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영국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승부는 유럽이 어느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게 돼 있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IT전쟁도 마찬가지다.

유럽 중에서도 영국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영국이 선택하면 유럽도 따라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은 미국에 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가장 좋은 예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건이다.

AIIB는 아시아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2014년 10월 참여 국가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총 21개국뿐이었다.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참여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3월 영국이 AIIB 가입을 선언했다. 이후 한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도 가입했다. 이에 따라 AIIB는 명실상부한 국제금융기구가 될 수 있었다.

영국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다. 화웨이도 이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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