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의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불어난 강물 등으로 구조와 선체인양 모두 지지부진하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12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7시 30분) 기준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곧 시작될 듯 했던 잠수부들의 선체 수색도 언제부터 개시될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 가시거리 제로…수색 난항
인덱스, 국영방송 M1, 네프자바 등 헝가리 언론은 비로 불어난 강물, 다뉴브강의 빠른 유속, 강한 바람, 짧은 가시거리 등으로 실종자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민간 잠수사, 오스트리아 특수부대 ‘코르라’ 요원 등을 동원해 구조 및 선체 수색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뉴브강 수위는 5m를 넘었고, 31일 6m에 이르렀다. 다뉴브강의 유속도 시속 9~11㎞로 매우 빨랐다. 31일 한때 시속 27㎞의 강풍도 불었다. 현지 기온도 10~15도로 인간의 신체 온도보다 훨씬 낮다. 실종자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덱스는 “현재 강 속 가시거리는 사실상 제로(0)여서 이런 상황에서 잠수를 하면 잠수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유람선 인양은 더 어렵다. 불어난 강물과 빠른 유속으로 인양 과정 중 인양선(크레인)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 잠수업체 다이빙아일랜드의 한 관계자는 M1에 “선박을 인양하는 데 1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인덱스는 “사고 선박을 인양하려면 상당히 큰 크레인이 필요할 것”으로 점쳤다.
네프자바는 31일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킨 바이킹 시긴호가 새 함장과 함께 부다페스트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 배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침몰 당시 바이킹 시긴을 몰았던 우크라이나 선장은 헝가리 경찰에 부주의 및 태만 혐의로 체포됐다.
● “사고 30분 후 앰뷸런스 도착, 심폐소생술도 못해”
이날 헝가리 경찰은 사망자 7명을 수습한 장소도 공개했다. 2명은 사고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엘리자베트 다리 인근, 4명은 5~6.5km 떨어진 라코치 다리 인근에서 발견됐다. 가장 멀리서 발견된 희생자는 무려 11.6km 지점에서 발견됐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약 2시간 반이 지난 달 29일 오후 11시 27분경 수습됐다.
경찰은 “다뉴브강이 흐르는 헝가리 전역으로 구조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다뉴브강의 수로 관리를 담당하는 전 직원에게 24시간 비상대기 명령도 내렸다. 일부 구조대는 다뉴브강 하류 30km 지점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에서도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 다뉴브강에는 댐이 있어 이 곳에서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31일 국영라디오 인터뷰에서 “탑승객들이 사실상 생존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 언론 네프자바는 “사고 발생 뒤 신고를 접수한 구조당국의 첫 앰뷸런스가 사고 발생 30분 후에야 도착했다. 또 불과 세 명의 구조자만을 실어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7명의 생존자들은 대부분 비(非)전문가가 구조했고, 뒤늦게 온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몇몇에게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 대형 크루즈선 통행 제한 요구, 업계 로비에 실패
부다페스트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몇 년간 다뉴브강 유람선 숫자가 급증했지만 운항 규정 미비, 업계 로비 등으로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년간 다뉴브강 대형 크루즈 승선원으로 일한 안드라스 쿠르벨리 씨는 영국 BBC에 “많은 소형 배들 사이에서 대형 선박을 조종하는 일은 어렵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사고를 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저녁식사 후 일정으로 부다페스트 주요 5개 다리를 오가는 유람선 관광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네프자바에 따르면 다뉴브강 여행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부다페스트 시의 핵심 수익원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산하기구인 라인강운항중앙위원회(CCN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유럽 각국 강을 운행하는 크루즈선은 346척에 달한다. 이런 대형선박이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작은 배를 뭉개고 지나갈 위험이 상존해 있다.
네프자바는 몇 년전부터 큰 운송 회사가 참여하면서 선박 운항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작은 선박들이 앞다퉈 아마추어들을 고용하면서 사고 위험을 키웠으며 이번 사건은 전형적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스잘마 보톤드 전 헝가리 국립항법협회장도 가세했다. 그는 네프자바에 “대형 크루즈선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크루즈선 회사들의 로비로 무위에 그쳤다. 크루즈선처럼 큰 배가 아닌 작은 배들만 다뉴브강을 지나다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사관-여행사 역할 분담
헝가리 한국대사관과 ‘참좋은여행’ 측은 지난달 30일 밤 부다페스트 한국대사관에서 회의를 열어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고 수습 및 수사는 대사관이, 생존자 및 유가족 관리는 여행사가 맡는다. 대사관은 대사관 내에, 여행사 측은 묵고 있는 시내 호텔에 각각 수습 본부를 마련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온 실종자 및 유가족들은 31일 12시 55분(한국 시간 오후 7시 55분)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3곳의 현지 호텔에 나눠 묵기로 했다.
우츠키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 이옥희 씨는 갈비뼈 골절 등 장기가 다쳤을지 확인하느라 퇴원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거동에 지장이 없어 오늘 가족이 들어오면 퇴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생존자 6명은 모두 퇴원했고, 현재 대사관이 마련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헝가리 가톨릭교회 수장은 이날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부다페스트 가톨릭교회 수장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사고 희생자 가족들과 대한민국 국민의 슬픔을 함께하며 깊은 위로를 전한다.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 부상자들의 회복, 아파하는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부다페스트=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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