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장 “트럼프는 독재자”…국빈방문 앞두고 맹비난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일 10시 54분


최초의 무슬림계 런던 시장, 가디언에 기고
"영국 총리, 트럼프를 강력하게 거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영국 국빈 방문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 런던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에 빗대 비판했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에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레드 카펫을 까는 건 영국답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칸 시장은 최초의 무슬림계 런던 시장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샬러츠빌 사건 당시 대응과 불법 이민 정책을 나열하며 “이것들은 1930∼1940년대 유럽 독재자의 행동이 아니고 1970∼1980년대 군사정부의 이야기도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김정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2017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서 한 백인 우월주의 참가자가 극우 세력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 중이던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모두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very fine people on both sides)며 양비론을 펼쳐 비난을 받았다.

칸 시장은 “이건 바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이 하는 행동들”이라며 “이 사람은 영국 극우 단체의 트윗을 증폭시키고 기후 변화에 관한 탄탄한 과학적 증거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는 증가하는 글로벌 위협의 가장 지독한 예”라며 “극우 세력은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가 힘겹게 얻은 권리와 자유 그리고 70년 넘은 민주주의를 규정해온 가치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차기 영국 총리를 결정할)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보리스 존슨을 지지하고 있다”며 “존슨이 분열을 초래하는 다양한 의제에서 동맹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것” 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칸 시장은 “그들은 소수 집단을 골라 적을 만들고 다른 사람도 이렇게 하라고 부추긴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이상인 평등과 자유에 직면해 분열적인 행동을 하는 대통령을 위해 이번주 레드 카펫을 깔아주는 건 너무나 영국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그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가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워온 가치와 원칙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리사 메이)총리가 옳은 일을 하기에는 늦지 않았다. 총리는 미국이나 대통령직에 대해서가 아니라, 트럼프와 그를 대변하는 극우 의제들을 강력하게 거부해야 한다”며 “메이 총리는 미국과 영국의 시민은 많은 것에 동의하지만, 트럼프의 관점은 영국의 가치와 양립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5일 영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 실무방문 당시 반대 시위 때문에 런던 중심가를 피해야 했으며, 시민 활동가들은 ‘트럼프 베이비(baby)’라고 불리는 6m 높이의 헬륨 풍선을 띄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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