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해 8월 타계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구축함 ‘존 매케인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백악관에 “군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AP통신 등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보수의 거두로 200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매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극도로 비판해왔다.
미 언론에 따르면 섀너핸 대행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참모총장에게 이런 메시지를 백악관에 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위 조사와 함께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방부의 공식 가이드라인도 재점검하라고 했다.
섀너핸 대행은 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뒤 한국으로 이동 중 동행한 기자들에게 “최근 백악관 참모들이 일본에 주둔한 미 해군 7함대에 매케인함을 옮기도록 지시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지시는 실제 이행되지 않았다. 이 일로 처벌받는 국방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미망인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은 지난달 말 일본을 3박4일 일정으로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방문을 앞두고 있을 때 일부 백악관 참모들이 국방부에 “요코스카항에 정박한 매케인함을 대통령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政敵) 매케인의 이름을 딴 전함을 보면 기분이 언짢아질 것을 우려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 한다”며 자신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매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누군가가 지시한 것 아니겠느냐. 선의에서 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참모들을 두둔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선발대 소속의 젊은 직원이 현장에 미리 가서 매케인함을 보고 ‘이를 옮길 수 있을까’라고 물어본 것은 불합리한 요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