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백악관 고문보다 앞자리, 전용기 탑승까지 고려했다 취소
2016년엔 부시家 비판했지만 백악관 들어가며 정치세습 행보
트럼프, 노르망디 상륙 기념식 참석… 英여왕-메이 ‘동맹 강조’ 처칠 책 선물
성인 자녀와 그들의 배우자까지 영국 국빈 방문에 대동해 눈총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일가(一家)를 케네디 및 부시가(家)에 맞먹는 ‘대안 왕족’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기성 정치를 배격하는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백악관 주인이 된 본인의 기존 행보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왕조 건설 프로젝트 본격화
뉴욕타임스(NYT)는 4일 “그간 미국의 비공식 왕조는 케네디가였지만 이번 주 트럼프 일가는 자신들을 이것의 2019년 버전으로 포장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자녀들은 이날 아버지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일부 백악관 수석고문보다 앞이었다. ABC방송 등은 당초 백악관 측이 대통령 자녀들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태우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수행원 자리가 모자란 데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접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왕조 건설’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은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다. CNN은 “그가 전 세계에 자신을 외교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이방카가 대통령 출마를 원하면 무척 이기기 힘든 상대가 될 것”이라고 딸을 추켜세웠다. 그는 4일 메이 총리 등이 참석한 미영 양자회담에도 미 대표로 등장했다. 언니와 달리 공식 직함이 전혀 없는 차녀 티퍼니도 3일 국빈 만찬에서 마크 터커 HSBC홀딩스 회장 등 영국 주요 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시시각각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듯 올리는 것도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엔 공화당 경선의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강력 비판했다. 대통령 아버지와 형을 둔 그가 또 백악관을 넘보는 것은 전형적인 족벌정치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신이 백악관 주인이 되자마자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혔다고 CNN은 꼬집었다.
○ 내정 간섭 논란도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방문 마지막 날인 5일 남부 포츠머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1944년 6월 실시된 이 작전은 연합군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기념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외에도 메이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서방 정상이 대거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944년 6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라디오를 통해 전했던 기도문의 일부를 읽었다. “우리 은총과 우리의 대의에 의해 아들들이 승리할 것을 압니다. 우리 단합된 십자군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라는 문구를 낭독했다.
이번 방문에서 메이 총리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약속이나 한 듯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책을 선물했다. 취임 후 줄곧 방위비 분담 등으로 ‘동맹 때리기’에 치중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국 협력 및 동맹의 가치를 강조한 ‘뼈 있는 선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메이 총리가 선물한 ‘대서양 헌장’은 1941년 8월 처칠과 루스벨트가 세계 평화 등에 관한 양국 공통 원칙을 기술한 기념비적 문서다. 처칠이 직접 타자기로 쳤고 현재 유엔의 이념적 기초가 됐다.
한편 영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유력 차기 총리 후보인 ‘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과 약 20분간 통화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후보들과의 접촉설도 나도는 등 그의 내정 간섭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가디언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수록 미국의 관할구(satrapy)에 가까워지는 듯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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