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4월 기준 유효구인배율은 1.63배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 비율을 나타내는데, 현재 일본에선 구직자 1명당 1.6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누구든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일자리를 골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구직활동을 해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2019년 신규 취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청년 5명에게 질문을 했다. 이들은 올해 4월 일본 기업에 입사했는데, 4명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1명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들 모두 “같은 조건이면 한국보다 쉽게 취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싱커믹셀에 입사한 임현우 씨(27)는 “일본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매년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한국보다 일자리 찾기가 더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리서치센터에 입사한 양승철 씨(25)도 “일본은 인구가 줄어들고,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기업들이 외국어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일본 취업 시장에서 한국인의 입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서비스업은 한국인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워낙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 하루만 일하는 ‘단발 알바(아르바이트)’ 모집이 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장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젊은이들이 근처에 있는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하루만 일하는 구직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23세 한 여성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 2, 3회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점포를 골라 ‘일일 알바’를 한다. 지금까지 40개 점포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급여는 일을 마치면 바로 받는 형태다.
하지만 일본 대기업이나 금융업, 건축업 등 소위 ‘고급 일자리’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금융투자회사인 스팍스자산운용에 입사한 한지호 씨(27)는 “유효구인배율을 대기업으로 한정하면 0.37배로 뚝 떨어진다”며 “어학 능력을 높이고 현지 경험을 꾸준히 쌓아야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했던 경험이 일본 기업 입사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창원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윤희경 씨(28)는 한국에서 약 40개 건축 관련 회사에 지원해 1개 회사에 합격했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 6개 회사에 지원했을 때에는 2곳에 합격했다. 현재 근무하는 곳은 설계전문 기업 다이토켄타쿠. ‘일본 기업 입사가 훨씬 쉬웠겠다’는 기자의 추측에 윤 씨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이나 편의점 등 직군에는 외국인 수요가 많지만 건축 같은 전문 인력 시장은 일본인도 입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 포트폴리오를 충실히 만들었고, 면접 때 향후 5년간 계획과 건축 포트폴리오를 책으로 만들어 들고 갔다. 그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IT 기업 코아테크에 근무하는 임태성 씨(28)는 “IT 기업 중에서도 파견 전문기업은 경쟁률이 매우 낮아 쉽게 입사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솔루션 회사는 한국보다 입사하기 힘들다”며 “공모전, 인턴 등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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