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103만 명이 참가한 반중(反中) 시위가 대만 문제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중국은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드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는 앞서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9일 홍콩에서 10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홍콩 언론들을 전했다. 10일 새벽 시위대 수백 명이 홍콩 입법회(국회) 앞에서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하고 100명 이상 연행됐다.
홍콩 정부는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는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회가 12일 법안을 표결한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악용돼 홍콩의 민주주의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호주, 독일, 대만, 일본 등 12개국 29개 도시에서 인도 법안 반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還球)시보는 10일 이 시위를 비난한 사설에서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한 간섭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미국이 홍콩을 미중 게임의 카드로 쓰고 있다”며 “홍콩의 인도법안 반대파들이 3월 및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각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고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이 법안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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