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권리있다? SNS에 아이들 얼굴 노출, 이대로 괜찮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18시 02분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딸 애플 마틴의 1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딸의 사진을 올렸다. 팰트로는 이와 더불어 딸과 주고받은 온라인 메신저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해당 사진이 딸에게 허락받은, ‘애플이 승인한(Apple-approved)’ 것임을 밝혔다.

“여기 애플이 승인한 생일 게시물 중 고르시면 되요.”(애플 마틴)

“응 고마워.”(귀네스 팰트로)

사실 3월 이 모녀는 한 차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스팅으로 갈등을 겪었다. 팰트로는 당시 인스타그램에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딸로부터 “내 동의 없이 아무것도 올리면 안 된다”는 공개 항의를 받았다. 해당 게시물에는 “딸이 허락하지 않은 게시물을 올리면 안 된다”와 “엄마로서 그만한 권리는 있다”로 편이 갈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팰트로처럼 62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이 아니라도,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셰어렌팅’은 이래저래 부모를 고민에 빠뜨린다. 셰어런팅이란 공유라는 의미의 셰어(share)와 부모라는 의미의 패어런츠(parents)를 합성한 신조어.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잇달아 SNS 시대 부모들의 셰어런팅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기사 및 칼럼을 실었다.

셰어런팅 트렌드는 전 세계적이다. NYT는 2016년 영국의 한 연구를 인용해 아이가 평균 5세 생일을 맞을 때까지 1500장의 이미지가 온라인에서 공유된다고 전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상하이 초등학생 3~5학년을 설문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부모에 의해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공유됐다고 전했다. WP는 “온라인상에서 자녀의 모습을 공유하는 것은 육아 조언을 비롯해 사회적 연결망을 넓히는 행위라 부모들에겐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셰어런팅이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은 물론이고 자녀의 미래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NYT는 “온라인에 올린 생일파티 사진만으로도 생일 날짜를 비롯해 지리적 유치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정보가 광고주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향후 기술 발전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높아질수록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어린시절 부모가 올린 행동장애나 학습장애 등에 대한 고민들이 “대학 입학과 미래 고용주, 잠재 고객들에게 위협적인 요소로 내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성적인 요소나 범죄 요소에 활용되는 점이다. NYT 등 외신은 하버드대 연구원 조나스 카이저가 유튜브의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유튜브 알고리즘이 성인물을 본 사용자에게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추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튜브는 이에 대해 14세 미만 아동의 단독 라이브 방송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지만, 악용될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WP는 최근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이른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 세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의 셰어런팅을 둘러싸고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Z세대가) SNS 등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도 강한 세대”로 정의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자녀를 두고 있을수록 셰어런팅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10대들을 중심으로 부모의 셰어런팅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어린이날 전에 열린 젊은 개척자 대회에 참가한 한 10세 어린이는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의 얼굴을 노출시킴으로써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요즘 안면인식기술 때문에 얼굴 이미지가 여러 가지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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