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한 것은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판단하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문제까지 양국 갈등이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대만뿐 아니라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까지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무력시위도 시작했다.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중국에서도 “갈등을 해결할 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나왔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반중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외교부는 “외부 세력은 간섭하지 말라”며 미국에 경고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일국양제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무부는 “이 법안은 중국이 본토로 개인을 송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홍콩의 자치를 파괴할 것이고 인권, 기본적 자유, 민주적 자치 보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중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12일 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진행하는 입법회(의회)를 포위하고 시위하겠다며 파업, 상인의 동맹파업, 대학생의 동맹파업(수업 거부) 등 ‘3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00곳 이상의 식당과 가게들이 직원의 시위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문을 닫을 계획이다. 홍콩 경찰은 3만 명 전체 경찰력 가운데 5000명을 입법회 봉쇄에 투입할 계획이어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시위가 2014년 홍콩 도심 전역에서 일어난 우산혁명처럼 확대되고 중국이 개입한다면 미중 충돌 범위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일본 NHK는 11일 오전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과 052D형 이지스 구축함 등 함정 6척이 일본 남단 오키나와섬과 미야코해협 사이를 거쳐 서태평양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홍콩과 대만이 있는 중국 동남쪽 해역에 항공모함을 보낸 배경에는 미국에 홍콩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무력시위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랴오닝함이 이 경로로 항해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또 중국의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기술 탈취에 제동을 거는 전방위 압박도 병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미 에너지부가 소속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중국 및 다른 국가가 후원하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게 금지했다”고 전했다. 에너지부는 직원들이 외국 군 관련 프로그램에 채용되며 수백만 달러의 지원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WSJ가 입수한 에너지부의 새로운 명령은 중국 외에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국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이 인재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국 과학자를 유혹하거나 보상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한 천인계획은 해외로 나갔던 인재가 귀국할 때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WSJ는 “중국 정부는 중국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미국과 외국인 과학자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11일 사설에서 “미중 관계에는 큰 긴장 완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무역협상에) 합의해도 얼마 안 가 새로운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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