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싱가포르가 반사이익 받고 있다”
한 국제은행 수장 “법이 경제에 피해…왜 몰라”
일부 홍콩 재벌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 통과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개인 재산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금융가·은행가·변호사들을 인용,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정치적 주요 인물(PEP)’로 간주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 재벌은 홍콩 내 씨티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 씨티은행 계좌로 1억달러 이상을 송금하기 시작했다고 한 금융계 소식통은 전했다. PEP는 통상 부정축재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이 소식통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됐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이 홍콩으로부터 자산을 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싱가포르가 가장 좋은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놓고 홍콩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이 어느 정도는 우세했다. 크레디트스위스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는 1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개인의 수가 싱가포르의 2배가 넘는 853명이나 됐다.
홍콩 자치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중국·마카오·대만 등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입지를 뒷받침하는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이먼 영 홍콩대 로스쿨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재정에 미치는 이 법안의 손길을 감안했을 때, 일부 홍콩 주민들이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래 중국 본토 법원은 마약 범죄로 획득한 돈만을 동결·압수할 수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본토에서 행해진 범죄와 관련된 자산은 모두 본토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소재 국제 은행의 수장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돈을 옮기고 있다”면서 “이들은 정치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 본토 고객이 아니라 부유한 홍콩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이나 중국 정부 지도자들이 너무 어리석어서 이것(범죄인 인도 법안)으로 초래될 경제적 피해를 깨닫지 못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같은 날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해외로 떠나고 홍콩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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