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홍콩 200만 시위 ‘검은 대행진’…행정장관 결국 사과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6월 17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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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Carrie Lam) 홍콩 행정장관.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캐리 람(Carrie Lam) 홍콩 행정장관.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홍콩 당국이 추진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추진 연기가 아닌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홍콩 시민들이 캐리 람(Carrie Lam) 홍콩 행정장관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SCMP 등 외신에 따르면 1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은 16일(이하 현지 시간)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회와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검은 대행진’을 벌였다.

거리 행진을 주관한 시민인권전은 지난 9일 집회 참여 인원의 2배에 달하는 시민 약 200만 명이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경찰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우산을 들었다. SCMP는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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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홍콩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인근까지 시가행진을 펼치며, 송환법의 완전 철회와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 살배기 딸과 함께 거리로 나선 한 여성은 SCMP에 “내 딸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 집회에 나왔다”고 했고, 80세의 한 시민은 “람 장관에 대해 실망하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시위하러 나간 적이 없다”며 “람 장관은 정말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람 장관은 자신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람 장관은 이날 오후 8시 30분 낸 성명서에서 “당국이 추진한 미흡한 일로 홍콩 사회에 많은 갈등과 논쟁을 야기하고, 많은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괴롭게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진심으로 겸허하게 모든 비판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추진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지 약 하루 만에 나온 사과성명이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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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람 장관은 송환법 완전 철회와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CMP는 “람 장관의 사과를 이해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홍콩 시민은 “람 장관은 너무 늦었다. 람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며 람 장관의 사과성명 발표에도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SCMP를 통해 “람 장관의 성명은 몇몇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지 않았다”며 람 장관의 사과만으로는 대중의 분노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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