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 원두 가격 급락이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 국경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주요 원두 산지인 중미 국가들에 대한 미 국무부의 원조 중단 방침이 나오자 “오히려 불법 이민자를 늘어나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중미 국가들에서 미국행 불법 이민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커피 원두 가격의 폭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원두 생산지인 과테말라 서부 지역에선 2015년 기준 파운드당 2.20달러에 거래됐지만 올해 약 60% 하락한 0.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원두 가격이 재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반면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커피 회사들은 원두 가격 폭락과 커피의 대중화로 호황을 누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원두 생산자가 대거 미국 이민 행렬에 뛰어들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에서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가는 가족이민 급증은 중앙아메리카의 커피 재배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 국경을 넘다 체포된 과테말라인만 21만1000명에 달한다.
원두 가격이 바닥을 친 원인으로는 브라질의 공격적인 원두 공급,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등이 꼽힌다. 미 정부는 그동안 빈곤으로 이민을 선택하는 중남미 커피 농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17일 자국으로 유입되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막지 못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3개국이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멕시코를 압박한 움직임이 확대된 셈이다. 이번 조치로 중미 원조금액 5억5000만 달러(약 6530억 원)가 사라진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번 조치가 불법 이민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우려한다. 의회에서 즉각적인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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