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계에서 ‘2000만 엔(약 2억1600만 원) 쇼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쇼크는 최근 금융청이 발표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95세까지 생존할 때 노후에 2000만 엔의 저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4년 정부가 연금제도 개혁을 하며 “100년 동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 게 거짓말이라고 총공격하고 있다.
19일 여야 당수토론은 50분간 진행됐는데, 45분 동안 연금 공방이 펼쳐졌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는 아베 총리에게 “한 언론에서 아베 총리가 금융청 보고서에 대해 ‘금융청은 엄청난 바보(오바카모노·大バカ者)다’라고 말하며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나는 좀처럼 격노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민당에서 대체로 알려져 있다. 온화하고 원만하게 살아갈 생각이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이 모습이 NHK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아베 총리의 ‘엄청난 바보’ 발언은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에다노 유키오(枝野代表)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신에게 배정된 20분을 모두 연금 문제를 지적하는 데 쏟았다. 그는 “안심만 강조되고, 유권자의 불안과 마주하지 않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이 화내고 있다”며 아베 총리를 몰아세웠다.
아베 총리는 “금융청 보고서는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진화하려 했다. 보고서를 만든 금융청을 담당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금융담당상은 11일 “정부 입장과 다르다”며 보고서 수용을 거부했다. 하지만 15, 16일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아소 부총리가 ‘정부 입장과 다른 보고서’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68%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베 정권은 2007년 일어난 ‘사라진 연금’ 사건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5000만 건에 달하는 국민연금 납부 기록을 잃어버렸는데, 이는 ‘사라진 연금 기록’ 사건으로 불리며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자민당은 그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아베 당시 총리는 1년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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