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공 침범 美드론 격추”… 美 “국제공역서 공격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군사충돌 우려 갈수록 커져

이란군, 미군 정찰무인기 격추. 뉴시스
이란군, 미군 정찰무인기 격추. 뉴시스
이란이 20일 자국 영공을 지나는 미국의 군사용 무인항공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해당 무인기가 이란 영공을 침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3일 오만해(海)에서 벌어진 유조선 2척 피격의 배후를 두고 양국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중동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 CNN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남부 호르모즈간주(州) 쿠흐모바라크 상공을 침입해 간첩 활동을 하던 미군 무인기 ‘RQ-4 글로벌호크’를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쿠흐모바라크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약 1200km 떨어진 곳이다.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오만해와 맞닿은 호르무즈해협과도 가깝다. 쿠흐모바라크 동쪽에는 이란이 오만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자스크항도 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란은 어떤 나라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완벽하고 완전하게, 전쟁할 준비가 됐다”며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은 “해당 무인기가 이란 영공이 아닌 호르무즈해협 ‘국제 공역(international airspace)’을 비행했다”고 맞섰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무인기가 이란 영토를 지났다는 이란 측 주장은 거짓”이라며 “국제 공역에서의 미 정찰 자산에 대한 이유 없는(unprovoked) 공격”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최근 호르무즈해협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병력 및 장비 파견을 승인했다. 이에 드론 격추가 이런 미국의 결정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이란 일각에서 미국의 드론 감시에 대해 유엔 등에 공식 항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고 전했다.

CNN은 13일 유조선 2척 피격 사건 이후 미국이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을 때도 이란이 미국 드론을 향해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격추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2011년 말에도 동부 국경지대를 정찰하던 미군 드론 1기를 격추했다. 이에 따라 이번 드론 격추가 양국의 직접적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사건을 보고받았다.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동맹국과도 협의 중”이라고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란#미국 드론#군사충돌#국제 공역#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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