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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우디, 여성 운전 합법화 1년…“권위와 자유 느껴…男 눈살 찌푸리기도”
뉴시스
업데이트
2019-06-24 17:10
2019년 6월 24일 17시 10분
입력
2019-06-24 17:08
2019년 6월 24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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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합법화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이들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사우디 남부 제다에서 거주하는 룰라 샬호브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운전이라는 행위가 주는 권력과 자유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대중 교통망이 상당히 빈약한 국가다. 운전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이동권이 박탈됐다는 뜻이다.
부유한 여성들은 자가용을 구매한 뒤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는 식으로 그나마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 여성은 가족 구성원 중 남성인 아버지, 오빠, 혹은 남동생의 호의가 없다면 집에서 나설 수조차 없었다.
샬호브는 “나는 이제 운전사나 남자 친인적이 날 데려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스로 운전해서 매일 할 일을 처리하고 식당과 카페에서 친구를 만난다”고 지난 1년의 일상을 회상했다.
행선지를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그의 독립적인 삶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그동안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며 한 달에 670달러(약 77만원)를 썼다. 내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운전을 하게 된 이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아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택시를 타는 비용도 함께 줄었다. 샬호브는 “차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데 하루 평균 15달러를 썼다”며 “이제 이 돈을 내 차를 관리하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운전자가 생기며 사우디 산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여성 친화적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보험사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상품을 내놨다. 자동차 광고에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성 운전자들의 인식은 제도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샬호브는 “여전히 내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남성 운전자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조수석에 여자인 친구, 뒷좌석에 남자 동료 3명을 태우고 거리를 나섰는데 다른 운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고 했다.
샬호브는 “그렇지만 여성 운전자가 있다는 것을 이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자부심과 기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샬호브는 “여성 운전자들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기도, 혹은 온몸을 베일로 두르기도 한다”며 “운전은 그 자체로 여성의 개성을 살리고 선택의 자유를 주는 행위가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여성 운전 합법화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부드럽게 연착하는 모습이다.
샬호브는 “1년 동안 제다에서 남성 운전자에 의한 괴롭힘이나 폭행 등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수정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여성 운전자에 성희롱 발언을 하는 남성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며 당국에서 이를 막기 위한 입법 활동을 하기도 했다.
샬호브는 “여전히 사우디 여성들의 해외여행은 남성 가족의 허가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운전이라는 금기가 제거된 것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금기도 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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