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자인의 정체성과 다름 없었던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가 회사를 떠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아이맥·아이팟·아이폰 등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빛이 바래던 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부활시킨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아이브는 내년 디자인 벤처 기업 ‘러브프롬’을 설립하며, 애플은 이곳의 첫 고객이 될 예정이다. 러브프롬에는 아이브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도 합류한다.
아이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나는 (애플의) 직원이 아니겠지만 계속 관여돼 있을 것”이라며 “이건 그저 변화를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의 30년 동안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들, 나는 디자인 팀과 프로세스, 비길 데 없는 애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온 일에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며 “오늘 애플은 역사 그 어느 시점보다 가장 강하고 활기차며 재능있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성명을 통해 “조니는 디자인 업계에서 특출난 인물”이라며 “1998년 획기적인 아이맥부터 아이폰 그리고 그가 최근 에너지와 정성을 쏟은 전례 없는 야심찬 애플 파크까지. 애플의 부활에 그가 한 역할은 결코 과장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브는 1992년 애플에 입사, 1996년 애플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가 됐다. 당시 애플은 재정상태가 좋지 못해 직원 수를 줄이던 시기였다.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에서 쫓겨났던 고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1997년 복귀해 ‘제품의 외관이나 느낌이 기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공유하는 디자이너로 아이브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이브는 1998년 아이맥과 2001년 아이팟으로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 잡스 CEO는 “애플에 내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면 그건 조니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브는 아이팟 미니(2004), 아이폰(2007), 맥북 에어(2008), 아이패드(2010), 애플워치(2015), 에어팟(2016) 등 상징적인 애플 제품들을 디자인했다. BBC는 “각 제품들은 디자인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경쟁사들은 이를 모방하기에 바빴다”고 설명했다.
아이브의 ‘이탈’은 애플이 오랜 수입원이었던 아이폰의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중에 나온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의 기술분석가 겸 컨설턴트 로저 케이는 “그의 디자인 감성은 (회사에 대한) 그의 핵심 기여”라며 아이브가 떠나는 건 애플에 “중대한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쿡 CEO는 “우리는 오래 함께해온 팀과 계속 일하게 되며 조니와도 계속 일한다. 더 나은 결과를 생각할 수 없다”며 아이브의 퇴사가 큰 변화가 아니라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FT는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으로 아이폰 판매를 불안정했던 지난 4월 리테일 책임자 엔젤라 아렌츠가 퇴사한 데 이어 나온 회사 경영진 이탈 소식은 애플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준다”고 진단했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 하락했다.
아이브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애플은 에반스 행키 산업디자인 부회장, 앨런 다이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회장이 더 큰 디자인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아이브가 쿡 CEO에게 직접 보고했던 것에 반해 두 디자이너는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보고한다고 CNBC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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