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표적된 폼페이오…압박과 내정간섭 사이 ‘줄타기’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28일 14시 39분


인권·종교자유 등 문제 거론…“화웨이로 전방위 압박”
中 “세계 평화 위협”…北, 협상파트너 교체 요구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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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북한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로 벌어질 외교전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표적 삼아 미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협상 파트너 교체를 재차 요구했고, 중국 관영매체는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광기 어린 외교수장’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한편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해왔다. 여기에는 강제수용소나 종교자유 같은 북한 내 인권 문제도 함께 동원됐다.

그는 중국을 향해서는 티베트·신장웨이우얼(위구르)·홍콩 등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앞장서는 행보로 중국 정부와 수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4일 사설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혼란의 근원”이라며 “세계 강국에서 이런 미친 인물이 외교 수장에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비판했다. 특히 신문은 “그의 공격적인 언사는 미국의 대중 외교 체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수준”이라며 “티베트와 홍콩 문제와 관련한 발언은 루비콘강을 건넌 것과 같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가 해충처럼 평화를 침해한다는 점을 세계에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영방송 CCTV도 같은 날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한 기사 내용을 저녁 황금시간대에 다뤘다. 복수의 관영매체가 같은 내용의 사설을 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폼페이오가 미국 외교 정책을 통해 전 세계에 고통을 줬다’는 후속 기사를 통해선 폼페이오 장관 임명 이후 미국 외교의 도덕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위구르족 인권유린, 무역관행, 산업스파이 문제와 같은 중국의 아픈 곳을 자주 건드려왔다”면서 “이러한 중국의 비난은 미중 대결 관계의 새롭고, 세계적인 차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WP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동맹국을 상대로 반(反)화웨이 전선을 구축하면서 중국은 신(新)냉전을 겪게 되고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한 비난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 공산당의 프로파간다(선전활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과 중국의 갈등은 더 넓게는 두 강대국, G2의 대립을 나타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국제질서를 움켜쥔 미국과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내려는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패권경쟁의 축소판이라는 분석이다.

미 정부 고위관리는 WP에 “중국의 ‘나쁜 행동’에 대한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 운동의 핵심이고 국가안보 전략의 중심”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을 충실히 대변하는 등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파’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해 비난 화살을 날리고 있다. 북한은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협상 자세 수정’과 ‘온전한 대안 제시’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북한은 전날(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는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북한의 ‘인신매매보고서’와 ‘국제 종교자유보고서’를 놓고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헐뜯었다”며 비판했다. 두 보고서 모두 미 국무부 주도로 제작된 문건이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 교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4월에도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폼페이오 장관은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및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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