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태양호’가 대북 제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베트남 해역에서 불법 환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태양호는 다른 선박의 고유식별신호를 도용해 ‘신원세탁’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북한 화물선 태양호가 지난 5월 20일 석탄을 싣고 북한 송림항을 출발해 열흘 후 베트남 인근 통킹만에서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으로 약 160만 달러(약 18억원)어치의 석탄을 판매했다고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RUSI는 전날 발표한 ‘태양을 쫓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위성사진과 선박 자동식별장치 기록 등을 근거로 이 같이 주장했다. 또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의 구매자와 브로커들에게 불법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태양호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몽골 국적 선박 ‘크리스퍼 싱가호’의 선박 정보와 선박식별장치(AIS) 신호를 도용한 증거가 포착됐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길이 146m, 폭 21m, 갑판의 크레인 3개와 화물저장실 5개가 육안으로도 선명한 이 선박은 태양호가 분명한데도 길이가 61m 불과한 크리스퍼 싱가호의 고유 신호를 송출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태양호가 올해 초부터 계속 크리스퍼 싱가호의 신호를 송출하고, 선박명은 다섯 가지 다른 이름을 돌려가며 썼다고 밝혔다.
또태양호가 석탄 환적에 용이한 크레인을 3개나 보유하고 있어, 2018년에도 3월과 10월에 비슷한 방식으로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반 화물선으로 분류되는 태양호는 벌크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 호(길이 177m, 폭 26m)에 비해 약간 작지만, 북한이 소유한 선박들 가운데는 꽤 큰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적재량은 1만7324t에 달해, 최대 한도까지 석탄을 실어서 내다팔았을 경우 그 수익이 1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한편 태양호가 신호를 도용한 몽골 국적 선박 크리스퍼 싱가호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정보는 없다고 RUSI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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