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부터 나타날 조짐이다. ‘대화파’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일단 힘이 실렸지만, 미국 측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한 ‘유연한 접근’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협상 실무팀이 북한 핵시설의 ‘동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상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트위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진이나 나는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 동행하지 못한 채 몽골로 쫓겨나듯 떠난 뒤 이런 트위터를 올렸다. 워싱턴포트스는 이날 “볼턴의 발언은 NSC에서 관련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일 뿐,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 모르게 국무부 내 협상팀에서 핵동결이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몽골 방문을 두고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정적이자 스탈린주의자였던 바체슬라프 몰로토프 외무장관을 제거하기 위해 몽골 주재 대사로 보낸 이후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고위관리의 예기치않은 몽골행은 곧 ‘지옥행(퇴진)’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핵시설 동결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비핵화의 최종상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동결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해주는 ‘스몰딜’ 수준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비건 대표는 “완전한 억측”이라며 NYT 보도를 부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언론의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위해 북한과 딜 범위와 내용을 놓고 미국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방송에 “동결은 늘 검토돼왔던 카드”라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동결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동결을 검증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 의회는 대북제재 법안을 발의하며 대북 고삐를 죄고 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코리 가드너 위원장과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간사는 지난달 28일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부과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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