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대강 충돌]
한미일 3각협력 악영향 우려에도 과거와 달리 중재역할 꺼려
“트럼프, 한일 방문때도 언급 안해”… 일각 “갈등 지속땐 결국 움직일 것”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통제 조치가 4일 시작되면서 어느 때보다 양국의 시선이 미국 워싱턴에 쏠리고 있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등 한일 갈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3각 동맹을 내세워 중재 역할을 해 온 만큼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보가 이번 사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한 피로감 등을 이유로 당장엔 중재에 나서지 않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아시아의 두 경제대국 한국과 일본의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이 전통적으로 개입해 왔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무기한 주둔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고, 두 동맹국이 다툴 때 눈에 띄는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며 “그가 지난달 말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찾았을 때도 양국 갈등 문제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3일 “한국에서 현재까지 공식 중재 요청이 들어온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선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에 이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양국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래드 글로서먼 퍼시픽포럼 국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위선적”이라면서도 “한국 정부에 동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일 갈등에 계속 침묵할 경우 중국의 동아시아 굴기를 막기 위한 동아시아 1차 저지선인 한미일 3각 축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는 만큼 결국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제 전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은 동북아의 두 주요 동맹국 간 긴장 고조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구축된 소통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워싱턴에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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