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장기화를 시사한 가운데 청와대가 일본의 2차 경제 보복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연일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본이 조만간 새로운 보복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차 보복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추려낸 ‘롱 리스트’를 추가로 마련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7일 주요 대기업 총수와 오찬 회동을 갖고 일본 보복 조치의 파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오찬 회동이 끝난 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한 줄짜리 입장을 내놨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지만 청와대는 참석 기업에 대한 확인도 거부했다.
이러한 스탠스는 일본이 조만간 추가 보복에 나설 게 확실시되는 만큼 정부의 경제 투톱과 회동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들이 일본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물론이고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 등 상응조치를 취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가운데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공개될 경우 일본의 의도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실제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5일 일본이 2차 보복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데 이어 또다시 한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한 무역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8일까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 중심의 중재위원회 설치 방안에 대한 한국의 답변을 요구한 상황. 아베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경제 보복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일본이 18일을 전후해 새로운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일본의 규제 조치와 관련해 기업과의 회동을 계속 이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 이어 10일에는 3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를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김 실장도 7일 대기업 총수 오찬 회동에 이어 10일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업종별 대표 40여 명을 만나 부품·소재 국산화 대책 등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에만 최소 4차례 기업 면담 일정을 갖는 셈이다.
청와대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차원의 대응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통상 전문가이자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지난주 삼성전자 최고위층을 만난 데 이어 주요 대기업과의 접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경제 이슈로 볼 수 없는 만큼 안보실 차원의 긴밀한 외교적 대응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일본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친문 핵심인 최재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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