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초타키스 총리, 총선 승리 하루만에 취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신민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51·사진)가 8일 새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이날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 및 바르톨로메오스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신민주당은 하루 전 총선에서 39.8%를 얻어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45)가 이끈 급진좌파연합(시리자·31.5%)을 눌렀다. 총 300석 중 158석을 차지해 다른 정당과 연합 없이 단독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유례없는 ‘선거 다음 날 취임’은 그리스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평가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및 2010년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는 지난해 8월에야 약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재정 지출 등에 있어 채권단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채무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긴축 거부’를 주창해 그리스 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하지만 집권 후 ‘현실의 벽’을 절감한 그는 채권단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여 긴축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크게 오르고 재정 지출이 대폭 삭감됐다. 국민들의 월급 및 연금 수령액도 약 3분의 1 감소했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자 경제 규모는 약 25% 줄었고 일자리 감소도 심해졌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각각 20%, 40%대다. 7∼8%인 유럽 평균 실업률보다 월등히 높다. 2010년 이후에만 약 35만 명의 청년이 이민을 떠났고 민심 이반도 심해졌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컨설팅사 매킨지에서 일한 미초타키스 신임 총리는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미 감세, 투자 유치, 관료주의 타파, 규제 개혁, 공공 서비스 민영화 등을 공약했다. 또 국제채권단과의 긴축 재협상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외신들은 선거 결과를 두고 ‘그리스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대신 일자리와 경제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4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던 치프라스 전 총리의 재집권 실패는 물론이고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했던 극우 황금새벽당도 3% 미만의 득표율로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미 CNN은 “그리스는 지난 10년간 유럽에 포퓰리즘을 가져온 첫 번째 나라였지만 이번 선거로 유럽 내 ‘극단적 포퓰리즘 종말’의 시작을 알렸다”고 진단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그리스#미초타키스 총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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