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보복을 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프랑스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통상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등장하면서 ‘대서양 무역전쟁’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서비스세(DST)’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프랑스 상원에서 11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서비스세가 미국 기업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프랑스 하원의 표결에 이어 상원도 11일 표결을 거쳐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가 유럽 최초로 도입한 디지털세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디지털 공룡기업’을 대상으로 자국 내에서 온라인 광고나 전자상거래 등으로 벌어들인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미국 기업을 포함해 중국과 유럽의 정보기술(IT) 기업 30여 개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의 영향을 조사하고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한 것은 없는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지 판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국 등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7월 중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디지털세 논란은 미국과 EU 간의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경제권 간 인터넷 경제의 과세 방법을 둘러싼 첫 번째 심각한 충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한 EU에 대해 공산품과 농산물 보복 관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또 외국산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유럽산 수입 자동차에 ‘관세 폭탄’ 위협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위협 등으로 조성된 EU와의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위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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