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인구조사(Census)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을 넣겠다던 계획을 철회했다. 그렇지만 행정명령을 통해 모든 연방 정부기관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을 파악하도록 했다.
시민권자인지 비(非)시민권자인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토록 집착해 온 것은 이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시민권자들은 인구조사 때 이 문항에 답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시민권자들이 많은 지역에선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나는 (미국)시민으로서 자랑스럽고 당신도 그렇다. 시민으로서 자랑스럽지 않은 사람이란 시민이란 단어에 대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싸우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非)시민이 얼마나 되는지를 완벽하고 시의적절하게 파악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연방 정부기관에 직접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를 가려내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2주 전 연방 대법원은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을 추가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불같이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중요성 때문에 (시민권 여부를 묻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고 우리는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강행 의사를 밝혔었다.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은 지난 1950년 이후 삭제됐다.
10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인구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대법원 판결 이후 곧바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이 없는 설문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뒤집을 방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폴리티코 등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든 시민권이 없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행정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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