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건립… 원주민-흑인 사이에 두고 말탄 형상
“인종 위계질서 드러내” 철거 주장… “美 역사의 한 부분” 반론도 거세
“트럼프, 美헌법 비웃어… 탄핵해야”… 조롱당한 초선 4인방 반격 나서
미국 민주당 유색인종 하원의원 4인방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발언 하루 뒤인 15일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이 와중에 전직 미 대통령의 동상까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 맨해튼 자연사박물관 동쪽 입구에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1858∼1919)의 동상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1940년 건립된 이 동상은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흑인을 사이에 두고 말을 탄 채 아래를 내려다보는 루스벨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철거를 외치는 이들은 “인종적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제국주의 유산이다. 세 인물이 모두 평등해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출신으로 1901년부터 8년간 재임한 루스벨트는 1906년 흑인 병사 167명이 백인 시민 1명의 폭력 사망 사건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군사재판도 없이 불명예 제대시켰다.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의 팽창을 뒷받침한 사회진화론도 지지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대통령 및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 미국이 20세기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기틀을 다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는다.
동상 철거 논란은 벌써 세 번째다. 1971년과 2017년에도 철거를 외치는 시위대가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를 뿌렸다. 하지만 미 보수파의 거두이자 19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그의 동상을 철거하면 미 역사의 한 부분을 지우는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NYT는 동상을 관리하는 뉴욕시가 명쾌한 해법을 내리지 못해 시민 간 갈등만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공격을 받은 초선 의원 4인방은 반격에 나섰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일한 오마(37·미네소타), 라시다 털리브(43·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45·매사추세츠)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은 15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했다. 오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헌법을 더 이상 비웃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를 탄핵해야 할 때가 왔다”고 외쳤다.
이날 CNN은 “대통령의 트윗은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진 미국의 분열상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전자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변되는, 가난하고 지친 이민자를 초대하는 국가다. 다른 하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이고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만든 나라다.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면서도 소수자 억압 및 차별을 반복해 온 미국의 현실이 대통령 트윗에 담겼다는 준엄한 자성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차기 영국 총리 후보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외교장관 등 핵심 동맹국 지도자들도 입을 모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취지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다. 공화당 대선주자 출신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은 “대통령의 발언과 트윗은 파괴적이고, 모욕적이고, 반(反)통합적”이라고 비난했다.
거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인종, 성, 종교, 나이 등을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면 안 된다는 트위터의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트위터 측이 최소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트윗’이라는 표기는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미 정부는 16일부터 중남미 이민자(캐러밴)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때 최소 1개 이상 경유국에서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증빙이 있어야 한다는 새 규정을 시행한다. 현행법은 “난민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에 도착하면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해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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