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돌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고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라며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의 ‘딴죽 걸기’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과 비핵화 협상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북한 외무성이 8월 예정된 ‘19-2동맹’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훈련이) 실시될 경우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이번 가을 이 연합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의 서면질의 답변에선 “이 훈련은 군사적 준비태세 유지와 북핵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며 조정해온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이 훈련은 한미동맹과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 강화를 통해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이날 상원 국방위에서 열린 인준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연합훈련은 주한미군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연합훈련은) 북한의 어떤 잠재적인 군사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과 한국군이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지명자는 “2월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더 맞게 현대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채택했다”며 “이 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의존해온 대규모 훈련 없이도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면 답면이 작성된 시점은 북한이 ‘19-2 동맹’ 훈련 중단을 요구하기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베트남(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약속을 막으려는 자가 북한이나 미국 정부에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가졌던 대화와 만남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그의 협상팀이 막후에서 조용히 진전을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북한에 이를 위한 시간과 여유를 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양측의 움직임은 7월 중순으로 예상됐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대목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아직 실무협상 개최 장소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하노이 회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국의 협상안에 대해 북한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번 달에는 열리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도 “물밑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무협상이 다음달 초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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