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당선
산부인과 의사-獨국방장관 출신, ‘9표차 당선’ 지지기반은 약해
“단합 통해 강한 EU 만들겠다”
취임직전 브렉시트 협상 최대 숙제… 대미관계-환경정책도 난관 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61)이 유럽연합(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공식 선출됐다. 11월 1일부터 임기 5년의 ‘유럽합중국 대통령’에 오르는 셈이다. 그는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인준 투표에서 전체 의원 748명 중 383명(51.2%)의 찬성을 얻었다. 인준 직후 “단합을 통해 강한 EU를 만들겠다”고도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최초 여성 집행위원장’ 당선을 소개하면서도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가려진 과제도 많다고 전했다. 그가 얻은 383표는 가결정족수(374표)보다 불과 9표 많을 뿐이다.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은 2014년 422표로 뽑혔다. 취약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뜻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대미관계, 기후변화 등도 힘든 과제다. 당장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발등의 불’이다. 영국과 동반자 관계를 강조해 온 폰데어라이엔은 그간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이달 중 차기 영국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은 15일 “브렉시트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장벽을 짓고 세관을 두어 통행 및 통관을 강화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불가피하다. 주민 불편과 경제 악영향을 우려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2020년까지 EU 관세동맹에 남아 하드 보더를 피하겠다”고 했지만 존슨 전 장관이 완전히 무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존슨 전 장관이 영국 총리가 되면 ‘EU와 영국의 순조로운 이혼’에 난관이 예상된다.
관세 인상 및 방위비 분담금 압박 등으로 연일 EU를 거세게 압박하는 미국도 골치다. 특히 이란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의견 차이도 그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 NYT는 “다자주의, 공정무역 등을 강조한 폰데어라이엔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반대편에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폰데어라이엔은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40% 이상 감축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한 회원국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 국경세’ 도입을 찬성한다. 반면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첩첩산중이다.
폰데어라이엔은 보수 성향의 유럽통합파 정치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외교관 출신이다. 195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독일로 돌아왔고 프랑스어 영어 등에 능통하다. 하노버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의사이며 2003년 니더작센주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중앙정부 내각에 진출했다. 가족청소년부 및 노동사회부 장관을 거쳐 2013년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올랐다. 사업가 남편과의 사이에 2남 5녀를 둔 다둥이 엄마다. 그의 집행위원장 취임으로 공석이 된 국방장관은 ‘미니 메르켈’로 불리는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기민당 대표(57)가 맡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