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경 공식 사퇴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마지막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신의 후임자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을 준엄하게 비판했다.
BBC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총리로서의 마지막 대중연설에 나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권위주의가 민주주의와 국제질서를 약화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칙과 현실을 결합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타협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모든 정치적 담론은 잘못된 길로 내몰린다. 이는 사실상 절대주의로 이어졌다. 자신의 시각만을 강조하면 당신만의 길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또 “증오와 편견은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도 어두운 곳으로 몰고 간다. 어떤 이들은 상대방 의견을 비하하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자극적이고 배타적 언행으로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한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전 장관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이란, 기후변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 등 주요 사안에서 유럽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만 고집해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큰 비판을 받았다. 존슨 전 장관 역시 영국 경제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데도 무책임한 노딜 브렉시트(합의안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를 고집하고 있어 전임자로서 이를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이 총리는 특히 “타협은 결코 ‘더러운 말(dirty word)’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의 역할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대중이 듣고 싶은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서로 양보할 의지를 갖고 설득하며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지만 (해결하지 못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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