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끝난 ‘7·21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과반 의석 획득에 성공하면서 재차 ‘불패’의 신화를 썼다. 지난 2012년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6번째 국회의원 선거 승리다.
당초 이번 선거는 집권당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아베 총리가 집권 후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아베노믹스’가 연초부터 통계조작 파문 등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보장성 논란과 올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 후퇴 우려 등도 선거운동 기간 야권의 주요 공격 소재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승자’는 결국 아베 총리였다. NHK가 참의원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소비세 인상 방침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57%로 찬성(43%)보다 많았지만, 선거결과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공적연금 보장성 문제를 이번 투표에서 ‘고려했다’는 응답자는 46%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응답자(53%)보다 적었다.
경제·민생 문제를 앞세운 야권의 선거 전략이 적극적 투표층의 표심(票心)까진 흔들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가미야 마타케(神谷万丈) 일본 방위대 교수는 22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아베 정권의 정치 기반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제정치학자인 미우라 루리(三浦瑠麗) 야마네코(山猫)종합연구소 대표도 “현재로선 국민 대다수가 변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 ‘기득권 파괴’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다는 것 ”이라며 “정당들도 어젠다(정책과제) 설정에 실패해 유권자들에게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이번 선거운동 시작(4일)과 함께 취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무성 관료 출신의 다카하시 요이치(高橋洋一 가에쓰(嘉悅)대 교수는 경제주간지 겐다이(現代)비즈니스 기고에서 “그동안엔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며 답답해한 보수층이 많다”며 이들이 아베 정권의 강경 대응을 지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이번 참의원선거 투표율은 48.80%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가운데 1995년 참의원선거 당시 44.52%에 이어 2번째로 낮다. 일본에서도 투표율이 낮아지면 진보·개혁 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들보다 보수 성향의 고연령층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투표소를 많이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긴 했으나 참의원 내 자민·공명 양당의 ‘개헌 발의선’(전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유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그의 임기 내 개헌 목표가 다시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본의 헌법 개정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각각 3분의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당분간 국회 안팎의 개헌 찬성 여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1일 닛폰TV 선거 개표 방송에 출연, “개헌에 기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임기 중엔 어떻게든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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