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 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영공을 침범한 것을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을 틈타 시행된 ‘의도적 도발’로 규정했다.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을 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주한미군 출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중국과 러시아의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방공식별구역이나 독도 상공을 구분하지 못하고 비행할 만큼 어리석진 않다는 것이다.
미8군 사령관을 지낸 버나드 샴포 예비역 중장은 지난 2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시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삐걱대는 한·일 공조를 시험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샴포 전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틈타, 이를 더 악화시킬 기회를 포착해 움직였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미국 정부가 강력한 목소리로 적대 행위를 규탄하고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사건에 중국과 러시아의 ‘노림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한·미·일 3국 관계의 균열을 노리는 의도된 행동”이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 더 많은 마찰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계속하기보다는 이번 사건을 동북아 안보 상황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무역 갈등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안보를 저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도발이 한국과 일본 안보에 경종을 울려, 한국과 일본이 역내 전략적이고 군사적인 조율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 출신인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은 엄격히 구분하면 방공식별구역(air defence identification zone)과 영공(territorial sky)은 다른 개념이라면서 방공식별구역 내 비행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국 국방부 발표대로 러시아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면 상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현 국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영토 분쟁 한복판에 끼어드는 것은 도발적이고 불필요하다며, 걱정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러시아나 중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두 나라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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