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과거 한센병 환자에 대한 정부의 격리 조치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전(前) 한센병 환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죄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전 한센병 환자 가족 40여명을 만나 “한센병에 대한 지극히 심한 차별과 편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분이 겪은 고통과 고난에 대해 총리로서 정부를 대표해 깊이 사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또 “이번 소송에 참가하지 못한 분들도 포함해 새롭게 보상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원고뿐 아니라 소송에 참가하지 못한 전 한센병 환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할 뜻도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1907년~1996년까지 모든 한센병 환자를 가족들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환자 가족들은 이로 인해 편견과 차별 등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격리 정책으로 그 가족들이 차별과 편견 등의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고,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령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가족이 격리 대상이 아니었으며, 배상청구권도 시효 만료로 소멸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항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아베 정부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9일 항소 포기 방침을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1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전 한센병 환자 가족 소송’과 관련해, 항소를 포기하며 가족들에게 사죄를 뜻을 밝히는 아베 총리의 담화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한센병 환자 가족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한데 대해 일본 내에서는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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