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노골적 무역보복에 나선 일본을 향해 비판 발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산업 분야에서의 ‘독립’을 언급한데 이어 일본을 ‘반칙국가’로 규정하며 맹공에 나섰다.
박 장관은 25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밋-업 데이(Meet-Up Day)‘ 행사 모두발언을 통해 “상생과 공존은 최근 대한민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국제상거래상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칙을 하는 곳에 대해서는 이 반칙이 단기적으로는 서로에게 혼란과 아픔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그러한 것”이라며 “이것은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무역보복에 따른 자동차산업 추가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수입선 다변화와 같은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독립을 해보자, 독립이 가능한가 이런 부분에 대해 지금…(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잇단 강경발언은 ’일본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문재인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며 국제사회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언론에서도 점차 일본의 반시장자유주의 행보에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여론 역시 일본 상품불매·여행 보이콧 등으로 들끓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안팎의 일본 비토 분위기 확산이 부품·소재 산업 분야 국내 중소기업 육성을 추진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판단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소기업 육성에 소홀했던 과거 정부정책을 수정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기부의 위상과 역할 역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일 양국의 강대강 대치 장기화는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에서 전세계 시장 경기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헌을 추진해온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 한일관계를 이용했지만, 향후 물밑접촉과 미국 등 중재를 통해 사태 봉합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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