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해상에서 자행되는 대북 불법 환적에 감시 및 적발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선박의 국적, 즉 선적을 세탁하는 것이 매우 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CNN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적 세탁은 사실 해운업계에서 이미 널리 행해지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의해 억류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는 영국 국기를 내걸기는 해도 소유주는 스웨덴 회사이고, 23명의 선원들은 3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러시아, 라트비아, 필리핀, 인도 등 국적자들이다.
CNN은 스테나 임페로 호를 예로 들면서, 국제해운업계의 위와같은 혼란스런 국적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 소유주는 불과 몇분만에 선적을 바꿀 수 있지만, 선원들은 뜻하지 않게 외교적 체스 게임에 휘말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해양물류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신용카드만 있으면 15분 내에 당신이 소유한 선박의 국적을 원하는 국가로 재등록할 수있다”고 말했다.
해양법에 따르면, 모든 상선은 한개 국가에 등록해야한다. 유엔 협약 상으로는 선박의 국적과 게양된 국기는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내고 등록하면 선박의 실제 소유주 또는 소유 회사의 국적과 무관한 국가의 국기를 걸고 항행할 수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런 관행을 ‘편의 국기(flag of convenience)’라고 부른다는 것.
그 결과 전 세계 선박의 무려 40%가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셜제도에 등록돼있다. 하지만 이 세 나라가 실제로 보유한 선박은 169척에 불과하다.
로 교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몽골같은 국가의 국기를 선택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며 “몽골에는 (바다와) 해안이 없고, 항구도 없으며, 해운업에 대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지만 값싸고 규제기준도 낮은 국기를 (선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 보고서에서 따르면, 그리스는 세계1위의 선박 보유국이지만 대부분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등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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